나는 양파이다.
양파는 수십 개의 껍질을 가지고 있다.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궁금하여 한 겹씩 벗겨보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작고 초라한 모습만 남아 있다. 그리고 겉모습은 붉은 막과 하얗고 깨끗하지만 그 속은 찌를 듯이 매운 맛을 지니고 있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이 양파이다. 껍질을 까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매운 향에 이유 없는 눈물만 줄줄 흘린다. 한 껍질씩 벗겨갈수록 아무 것도 남지 않고 눈물만 나오는 것이 양파이다.
나의 모습과 나의 삶은 양파를 닮았다. 내 자신의 겉모습은 보기에 무엇인가 있어 보이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실상 별거 아닌 허세와 겉멋으로 점철되어 있다. 어릴 적 집단 따돌림을 당한 트라우마일까? 내 머릿속 생각에는‘얕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과 ‘내 마음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 겉으로 허세 부리는 모습이어도 속에는 아무 것도 없는 내 모습이, 겉으로는 온전해 보여도 까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양파를 닮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감추고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는 점이 겉모습 속에 속 모습을 감추고 있는 양파와 닮았다. 허세와 겉멋을 뚫고 내속으로 다가와서 나를 깊게 파고드는 사람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매운 냄새 같은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통해 쫓아버린다. 그 정도로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놀릴까 두렵기도 하다. 이 점도 양파를 닮았다.
누군가 인생을 양파껍질을 벗기는 것에 비유한 것을 들었다. 양파가 까면 깔수록 아무것도 남지 않고, 까면 깔수록 눈물만 남는 것처럼, 삶도 그렇다고 들었다. 내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부모님과 타인의 시선에 따라 바람부는 갈대처럼 행동하고 살았다. ‘착하고 똑똑하게 살라’는 세상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의미 없이 살아왔다.
되돌아보니 나의 속모습은 눈물과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후회로 가득한 삶이었다. 까면 깔수록 속 모습을 드러내고, 속 모습을 드러낼수록 눈물만 가득흘리게 만드는 양파를 닮았다. 내 자신을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그게 고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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